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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사고(思考)의 가벼움 - 조경래(경남리서치 대표)
오래전 읽었던 책 중에 체코 작가 M. 쿤데라의 장편소설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작품이 있다. 이 작품은 1968년 일어난 ‘프라하의 봄’을 배경으로 역사 속에 던져진 인간 존재의 의미와 삶의 무상함을 되새긴 것으로 유명하다.
나는 최근 새삼스럽게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라는 말을 자주 되뇌곤 한다. 그렇다고 내가 거창하게 존재의 가벼움에 대하여 논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아직 ‘삶’을 이야기하기에는. ‘존재’에 대하여 이야기하기에는 살아온 경험이 아직 너무 적고. 나의 지식이 초라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들먹이는 것은 세상을 향해 무엇인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그것을 적절하게 표현해 줄 수 있는 문구가 마땅히 생각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순간순간에 민첩하지 못하지만 생각하기를 참 좋아한다. 어떤 현상에 대하여. 사건에 대하여 생각에 생각의 꼬리를 물고 들어가면 나름대로 생각이 정리되고. 시각이 정리되고. 안목이 크고 있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그것이 나만의 가치관이 되고. 개똥철학이 되어 나를 지탱해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그러나 동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사고는 나와 많이 다른 것 같다. 깊이 있는 이야기. 무거운 이야기. 삶. 가치관. 철학 등과 같은 것에는 관심이 없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삶. 철학. 가치관 등에 대하여 말하면 고리타분하고 재미가 없다고 외면한다. 나는 물론 그런 사람들이 더 재미없고. 참을 수 없는 사고(思考)의 가벼움을 느끼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내가 느낀 우리가 사는 모습은 가벼움에 대한 추종. 추구가 아닌가 싶다. 단지 말초적으로 다가오는 그 순간의 감정. 느낌에 너무나 충실하다. 우리가 하는 행동과 말에는 깊이가 없고. 중심이 없고. 철학이 없고. 가치관이 없다. 두 번. 세 번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지 않는다. 아마도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하고 있기 때문에 살아남기(생존하기) 위해서는 그럴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두 번. 세 번 생각하는 사이에 그것은 이미 과거의 것이 되어 있고. 그 사람은 시대적 흐름을 쫓아 가지 못하는 구시대의 유물로 낙인이 찍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혹자는 현대를 ‘혼동의 시대’라고 이야기한다. 가치관의 부재. 철학의 부재를 탓하는 말이다. 무엇을 위하여. 어떻게 살아야 잘사는 것인지를 모르겠다. 무엇이 바른 것이고.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를 구분하기 어렵다. 이러한 현상의 이유가 무엇이고. 누구의 책임인지에 대하여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가치관의 부재. 철학의 부재. 사고의 가벼움이 우리의 삶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나는 ‘어떤 부모가 자신의 아이를 마마보이로 키워야겠다는 가치관(생각)을 가지고. 자신의 아이를 정말 마마보이로 키우고 있다면 그 부모는 훌륭한 사람이다’라고 생각한다. 물론 마마보이가 좋은 것은 아니다. 비약이 좀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부모가 그러한 개똥철학이라도 가지고 자신의 자녀를 그렇게 키우고 있다면. 자식교육에 대한 아무런 가치관도 가지고 있지 않은 부모보다는 낫다는 의미이다.
아무리 시대가 급변하고 먹고 사는 문제가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삶에 대한 최소한의 생각(가치관. 철학)을 가지고 사는 것이 삶을 더 의미 있고 풍요롭게 만들지 않을까? 지금 나는 혼란의 시대. 혼동의 시대를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도록 정신적 양식을 주었던 도산 안창호 선생 같은 교육자가 그립다.
http://www.knnews.co.kr/news/articleView.php?idxno=594332
기사입력 : 2006-10-24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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