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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렴은 공직자의 의무- 조경래(경남리서치 대표)
최근 총리 및 장관후보자 인사청문회, 장관 딸 특채 사건 등에서 국민이 보여준 반응은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충격적 수준이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공직 청렴성에 대한 요구 수준이 얼마나 높은지를 알 수 있는 단적인 증거이다.
울림석(鬱林石)이라는 고사가 있다. ‘울림의 돌’로 풀이되는데 청렴한 관리를 뜻하는 말이다. 중국 삼국시대 오(吳)나라의 육적(陸績)이라는 태수에 관환 일화에서 유래된 것이다. 육적은 울림이라는 지역의 태수로 공직을 수행했다. 육적이 태수의 임기가 만료돼 귀향길에 오르기 위해서 강을 건너야 했다. 육적이 강을 건너기 위해 배에 몸을 실었지만 물결이 심하지 않음에도 짐이 너무 가벼워서 배가 무게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자꾸만 기우뚱거려 한 치 앞으로도 나아갈 수가 없었다. 이때 전송 나온 백성들이 강가의 돌을 배에 싣고 나서야 배가 무게중심을 잡고 무사히 강을 건널 수 있었다. 훗날 백성들은 이 돌을 염석(廉石) 또는 울림석이라고 불렀고, 청렴의 상징이 됐다. 당시 육적을 지켜본 백성들의 마음에는 존경과 찬사로 충만했고 그러한 태수를 두었다는 자부심에 행복해 했다.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매년 실시하는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자료를 살펴보면 거의 모든 공직자의 재산이 증가돼 있다. 재산의 증가만으로 문제가 있다고 단언할 수 없지만 문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의 증가라는 것이다. 그들은 재산증가 과정을 ‘알뜰한 살림살이’, ‘재테크의 성공’, ‘작은 성의’, ‘감사의 표시’로 설명하거나 그럴듯한 의미를 부여해서 부정부패와는 전혀 상관없는 당연한 결과라고 해명한다. 공직자로서의 도덕 불감증이고 비합리적인 자기 정당화이다. 그들의 이러한 작태가 부정부패와 상관없이 공직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다수의 공직자를 욕되게 하는 계기가 된다는 것을 모르고 하는 짓이다.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공직자가 벼슬에서 물러날 때 그의 짐에는 새로 만든 그릇이 없고, 구슬과 비단이 없어야 하며 고을의 토산물이 없어야 한다고 했다. 예부터 부패한 벼슬아치는 ‘의관을 갖춘 도둑’이라고 했다. 공직자의 부정부패는 도덕적 기준으로 평가받아야 할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근본을 흔드는 중대한 범죄행위로 바라보는 인식이 더 타당하다.
공무원은 주어진 직책에 따른 업무처리를 함에 있어서 권한이 발생한다. 그러나 주어진 권한은 크기만큼의 달콤한 함정을 가지고 있어 부정과 부패에 빠지기도 쉽다. 공직자가 부정과 부패에 휘말리는 것은 공과 사에 대한 분명한 기준을 가지고 있지 못한 것에 그 원인이 있다. 혹자는 공과 사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우리나라의 사회적 속성이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공과 사를 구분하는 데에는 큰 지혜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초등학생 정도의 분별력만 있으면 된다. 단지 개인적인 사리사욕, 이익에 이끌려 분별력을 잃지만 않으면 되는 것이다.
공직자의 청렴의무는 지켜도 되고 지키지 않아도 되는 덕목이 아니다. 공직자라면 누구나가 다른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지켜야 하는 중요 의무이다. 공직자는 국가가 국민을 대신해서 국민의 세금으로 국민이 필요로 하는 일을 수행하라고 임명한 사람이다. 공직자가 청렴의무를 소홀하고 있다면 그것은 국민의 뜻을, 국민의 명령을 거부하는 중대한 범죄 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직의 끝이 빈손이더라도 공직을 수행했다는 보람만으로 만족하는 공직자가 많은 좋은 나라가 되기를 간절하게 희망한다.
조경래(경남리서치 대표)
http://www.knnews.co.kr/news/articleView.php?idxno=945043
기사입력 : 2010-11-11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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