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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고, 귀를 막고 살겠습니까? (조경래 경남리서치소장)
2005년을 보내며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때로는 쓴 소리도 들었고. 타인에게 본의 아닌 상처를 주기도 하였고. 타인으로 인하여 크고 작은 상처를 받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이 올해의 큰 흔적으로 남을 것 같지는 않다. 왜냐하면 더 큰 상처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한 해 동안 내가 겪은 정체성 또는 가치관의 혼란이다.
사람은 저마다 자신만의 철학과 가치관을 - 설령 그것이 개똥철학이고 스스로의 아집이라고 할지라도 - 가지고 살고 있을 것이고. 세상을 보는 눈도 가지고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껏 스스로가 옳다고. 그것이 정의라고. 진실이라고 믿고 살았던 것들이 본의 아니게 무너졌을 때 사람들은 그 어떤 나쁜 상황일 경우보다 더 큰 상처를 받는다고 한다.
올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대미를 장식한 것이 황우석 교수 파문이다. 최근에 일어난 황우석 교수와 관련된 논란의 전개 과정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또 한번 큰 혼란을 겪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한 때 그는 대한민국 국민의 희망이었고. 보배였고. 우상이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매스컴. 정치인. 학자들은 그를 칭송하였고. 그에 대한 수많은 보도를 쏟아부었다. 과히 정신이 혼미할 정도이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거기에 세뇌당하지 않을 사람이 없었고. 그것을 믿지 않을 만큼의 정신적 힘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나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훌륭한 과학자로. 대한민국을 빛낸 사람으로만 생각했다. 물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의 행동이 너무나 정치적인 것 같아 조금 의문을 가지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잘생기고 똑똑해 보이는. 그것도 대한민국 최고의 지성의 산실이라고 하는 S 대학의 석좌교수가. 세계적인 학술잡지인 S지에 대한민국 황우석이라는 이름을 당당히 올린 그가. 또한 정부와 정치인. 기업들이 앞 다투어 특정인을 위한 지원대책까지 세워가면서 자랑스러워 한 그가. 논문을 조작하고 그것을 사주했을 것이라는 짐작은 감히 누구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조작이고. 거짓이었다니 정말 황당하고 혼란스러워 뭐가 잘못되었는지. 누구의 말이 옳은지. 어떤 것이 진실인지도 판단할 수가 없었다. 가히 정신적 공황 상태이었다.
아직 결론은 나지 않았다. 결론이 어떻게 나오든지 관계없이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일련의 과정에 있어서 황우석 교수를 포함한 정부. 언론. 정치인들은 너무나 큰 죄를 지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를 정신분열증 환자”로 만드는 대죄를 범했다는 것이다. 정신분열증이라는 병은 개인의 정신적 충격. 정체성 혼란. 가치관 혼란으로 기인한다. 논란의 과정에서 이를 지켜보는 사람마다 정신적 충격. 혼란을 겪지 않은 사람은 미루어 짐작하건대 별로 없을 것이다. 아직도 나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나는 한 가지 느낀 것이 있다. 그것은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이 나와 크게 상관없는 일이라면 눈을 감고 보지 말고. 귀를 막고 듣지 않는 것이 정신적으로 더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방법이 될 수도 있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인이 세상에 눈 감고. 귀 막고 살 수는 없다. 이상하게도 그것이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현실이고 삶이다. 삶이 그러하다면 우리가 할 일은 제 정신으로 이런 혼란을 조금이라도 적게 겪고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나는 그 방법으로 다소 어렵긴 하지만 진실을 보는 눈과 귀를 가지려고 노력(행동)하기를 희망한다.
심리학에 의하면 사람은 행동하는 만큼 세상을 지각하는. 생존에 필요한 탁월한 능력을 가지게 된다고 한다. 세상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 귀에 들리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지만 그 속에 진실이 있는 경우가 많이 있다. 진실을 보기 위해서는 포장을 뜯고 그 속에 들어있는 물건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어디에선가. 누군가에 의해서 눈 감고. 귀 막아야 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눈을 감고 귀를 막을 것인가? 아니면 진실을 보기 위해서 노력할 것인가? 당신은 어느 방법을 택하시겠습니까? 다가오는 2006년 새해에는 눈 감고. 귀 막아야 할 일들이 없기를 희망하며….
http://www.knnews.co.kr/news/articleView.php?idxno=543117
기사입력 : 2005-12-27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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