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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움직이는 힘 (조경래 경남리서치 대표)
오늘날 사용되고 있는 여론(輿論. Public Opinion)이라는 용어는 프랑스의 재무장관이었던 J.네케르(Necker. Jacques. 1732∼1804)가 최초로 사용하였다. 과거 동양에서 사용하였던 민심(民心)이라는 개념과 여론은 거의 동일한 개념이다. 여론이나 민심은 어떤 문제에 관한 다수 국민의 공통된 의견이나 요구가 집약되어 나타나는 것이라고 보아도 될 것이다. 그렇게 오래되지 않은 과거에 우리는 여론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중요한 사건들을 경험하였다. 그 대표적인 예가 지난 대통령후보 경선 당시 노무현-정몽준 후보간 단일화가 여론의 힘이었고.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 또한 여론의 힘이었다. 열린우리당이 다수당이 되고 한나라당이 제1야당으로 전락한 것도 여론의 힘이었다. 여론의 힘이 한나라의 운명을 결정한 사건이다.
그러나 여론의 중요성은 최근에만 강조되는 새삼스러운 현상이 아니다. 그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역사의 주역이었고.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었다. 왜냐하면 과거에도 여론은 통치자 또는 권력자가 절대로 무시할 수 없었던 압력이고. 문제를 해결하고 결정하기 위하여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했던 요인이었기 때문이다. 여론을 무시한 권력자는 생존을 보장받을 수 없었고. 여론을 무시한 지배자의 말로는 항상 비참하였다. 여론의 중요성을 함축하는 말로 서양에는 ‘민중의 소리는 신의 소리’라는 격언이 있었으며. 동양에는 ‘민심은 천심’이라는 금언이 있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론(민심)이 통치자와 권력자의 힘을 뛰어 넘는 힘. 절대적 힘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대표적인 것이다.
오늘날 ‘민심이 천심’이라는 말은 정면으로 중대한 도전을 받고 있는 것 같다. 최근 대한민국 국민이 가장 불신하는 집단이 어떤 집단인지를 묻는 경남리서치의 조사 및 각종 여론조사 결과 ‘정치인’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또한 대통령의 역할수행에 대한 지지도를 묻는 여론조사 결과 지지도가 30%대에 머물러 있고. 지지정당이 없다는 국민이 전체 응답자의 60%를 넘었다. 국민의 과반수 이상이 지지하지 않는. 여론과 동떨어진 정치를 하고 있다는 결과의 반증이다. 민심이 천심이라고 생각한다면. 여론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면 그들은 대오각성해야 함이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나타나는 반응은 기대와는 반대로 너무나 당당하다. 오히려 이런 여론의 질책에도 당당할 수 있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위안을 받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뭔가 대책이 있으니 저렇게 당당할 수 있겠지! 역사앞에 부끄럽지 않을 수 있는 철학과 소신이 있으니 그렇게 당당할 수 있겠지! 하고 말이다. ‘먹고 살기 힘들어 죽겠다’. ‘제발 정신 좀 차려주이소’. ‘국민을 먼저 생각해 주세요’.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세요!’. ’OO뉴스입니다… 오늘 민생고에 시달리던 일가족이 동반자살을 기도…’. 이런 것들은 힘없는 자의 넋두리 정도로밖에 여겨지지 않는 것 같다.
여론에 의하여 선택된 그들에 의하여 여론은 무시당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론을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들. 여론불감증 환자이기 때문은 아닐까. 그나마 조금이라도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정치권이 추석 민심동향 파악의 결과를 보도한 각종 언론매체의 자료에 의하면 국민들이 정치권에 보내는 실망과 분노를 느끼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환자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여론의 선택을 받은 이들에게 가장 좋은 치료는 여론으로 그들을 선택해야 할 상황에서 냉정하게 극약처방을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여론의 무서움을 그들이 사무치게 느끼게 해 주어야 할 것이다. 그동안 그들이 이성을 잃고 우리를 실망시킬 때. 일정 기간에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아직 미흡하지만 조금씩 대처방법이 생기고 있는 것은 참으로 긍정적인 현상이다. 최근 입법과정을 거친 주민소환제가 그 대표적예이다. 그러나 이것도 실제로 적용하기에는 너무나 어려움이 많고. 그 대상도 너무 제한적이다. 하루빨리 소환대상의 확대. 적용절차의 용이함이 확보되기를 기대해 본다.
마지막으로 정말 잊지말아야 할 것이 있다. 여론에 의하여 선택된 사람들. 또다시 여론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은 생존을 위하여 머지않은 미래에 다시 여론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얼마 남지 않은 미래에 여론의 힘이 심판할 날이 또 올 것이라는 것을…. 그날을 기다리며.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이를 악물고. 눈물을 감추고. 눈을 부릅뜨고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http://www.knnews.co.kr/news/articleView.php?idxno=475056
기사입력 : 2004-10-05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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