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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사고, 열린마음이 필요하다 (조경래 경남리서치 대표)
리서치를 업으로 삼고 있다. 그래서 때로는 난감하고 황당한 일을 겪기도 한다. 리서치를 하다보면 언론에 리서치 결과가 공개되기도 한다. 그런데 선거의 경우 리서치 결과가 유권자의 표심에 영향을 미친다. 사정이 그러하다 보니 부정적인 결과가 나온 후보 또는 지지자들에게 항의 전화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난 국회의원선거 때의 일이다. 모 신문에 여론조사 결과가 공표되고 나서 낯선 전화를 한통 받았다. 수화기에서는 몹시 화가 난 듯한 목소리의 주인공이 나에게 입에 담기도 힘든 말들을 마구 쏟아 주었다. 일면식도 없이. 누군지도 밝히지 않은 사람에게 다짜고짜로 욕을 먹는다는 것은 황당한 일이었다. 그분께서 하시는 말씀의 요지는 이러하였다. 자기가 나가보면 모두가 자기의 지지자이고. 자기도 그것을 찰떡같이 믿고 있는데 어찌하여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느냐는 것과 여론조사 결과가 조작되었다는 식의 말들이었다.
그래서 나는 조심스럽게 그 분에게 존함을 여쭈어보고 그분이 이미 여러차례 선거에 출마하였고. 인지도도 상당히 있는 분이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 여론조사 결과 자료를 조심스럽게 살펴보았다. 혹시 여론조사 결과가 언론에 잘못 나간 것은 아닌가 하고 말이다. 여론조사 결과가 잘못 공개된 것은 아니었다. 그 분의 지지도는 그때 당시 약 3%대에 불과하였다. 나는 그 분에게 나의 잘못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미안하기도 하고 죄송스럽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 결과가 현재 상황과 다르지 않다고 말씀을 드려야만 했다. 그 분의 응답은 예상할 수 있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 분은 그 사실을 절대로 믿으려하지 않으셨다. 자기의 지지도가 30%는 넘는다고 자신하고 있었고. 그 믿음도 상당히 강한 것으로 보였다.
이럴 때 나는 참 안타깝다. 설령 여론조사의 결과가 다소 부정적으로 나와서 그 분에게 상당히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소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하고. 조금만 더 마음을 열고 생각했다면. 그것이 오히려 약이 될 수도 있을텐데 하고 말이다. 리서치 결과가 중요한 이유는 주관적 생각으로 얻어진 자료가 아니라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근거에 의하여 산출된 자료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내가 설명을 하고 납득을 시키려고 애를 써도 그분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참으로 자기 주장 내지는 믿음이 강하신 분이었다. 선거가 끝난 후 나는 그분의 최종 지지도를 관심있게 살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최종 지지도는 그때 당시의 여론조사 결과보다 더 부정적이었다. 그때 그 분이 조금만 더 열린마음과 사고로 객관적인 결과를 수용하셨다면 당선을 장담할 수는 없었지만 선거결과는 분명히 더 좋아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리서치 결과를 기본적으로 신뢰한다. 그리고 또 나는 다른사람들에게도 그 결과를 신뢰하라고 권하고 싶다. 왜냐하면 내가 한 것이기 때문에 신뢰하라는 것도 아니고. 리서치 결과가 항상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한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한사람의 생각과 주관적 눈과 마음으로 보고 판단한 결과보다는 정확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경험을 할 때마다 참 많은 것을 배운다. 내가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방식. 사고에 대하여 한번 더 생각하게 된다. 나의 주관적 사고나 마음으로 세상을 보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타인의 생각. 마음을 얼마나 수용하고 살고 있는가? 사람은 누구나 자기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자기의 생각으로 판단하고. 자기의 마음으로 세상을 가늠한다. 그러나 항상 그 기준이 정확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사람은 내가 가진 마음의 크기로 세상을 보고. 내가 가지고 있는 잣대의 크기만큼밖에 세상을 보지 못한다. 그 눈. 생각. 마음은 주관적이고 객관적이지 못하고 열려있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이 이러하지 않을까 싶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이 시점에서 자기가 가진 세상을 보는 눈. 사고. 마음은 얼마나 열려있는지 한번 쯤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그래서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열린사고. 열린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자기의 모습. 세상을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 한다.
http://www.knnews.co.kr/news/articleView.php?idxno=486311
기사입력 : 2004-12-14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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