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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정치와 이미지 정치(조경래 경남리서치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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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사회를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여론'이라고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겠다. 바야흐로 여론 만능시대이고, 여론 주도시대이다.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대부분의 활동 및 선택은 여론을 통하여 그 정당성을 인정받고 여론이 정론이 되어버린지 오래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으로 인하여 사회 전반의 어느 조직, 사람, 단체에서도 자신들만이 가진 고유한 철학이나 신념, 가치관을 발견하기가 매우 어려워졌다. 특히 정치에서 이러한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정당의 정책, 비전, 공약은 거의 대동소이하여 분별하기가 매우 어렵다. 여론의 힘에 의하여 생존이 결정되는 곳이 정치판이다 보니 여론을 의식하여 정치철학과는 상관없이 여론의 동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정 사안에 대한 어떤 여론이 우세하면 앞다투어 그 여론에 부합하는 정책들을 제시하고 있고, 부정적인 여론이 우세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그 정책은 사장되고 있다. 모든 정책이나 활동이 여론과 동떨어지지 않도록 그저 여론에 유리한 방향으로만 끌려가고 있다. 물론 여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러한 현상이 대의정치를 표방하는 민주주의 제도하에서는 매우 긍정적이고, 발전적 현상이라는 것에는 이의가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여론정치의 부정적인 면을 간과하여서도 안 될 것이다. 여론을 너무 의식하다 보면 정치인과 정당의 정치철학은 사라지고, 정부나 자치단체는 허약체질의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여론정치가 성행하게 된 주 요인으로 매스컴과 정보통신망의 발달 때문이라는 견해가 많다. 여론 만능시대에 매스컴 및 정보통신망 등의 발달은 또 다른 하나의 정치 트렌드를 유행시키고 있다. 이미지 정치가 그것이다. 원래 이미지라는 용어는 감각기관에 대한 자극작용 없이 마음 속에 떠오르는 영상을 말한다. 연일 매스컴, 인터넷 등 각종 매스미디어는 수많은 정보를 쏟아 내고 있다.
그러나 사람의 뇌는 태생적으로 소화력에 한계가 있다. 정보의 양이 너무 많다 보니 사람들은 더 이상의 정보를 뇌에 수용하기가 힘들고 귀찮아졌다. 오히려 많은 정보들은 사람들을 혼란스럽고 복잡하게 만들어 싫증나게 만든다. 그로 인하여 사람들은 더 이상의 복잡한 정보보다는 단순한 이미지를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러한 경향은 선거에서도 실제 사실（Fact）보다는 느낌（Image）을 더 중요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지 정치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오늘날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이미지를 어떻게 메이킹할 것인가로 보인다.
최근 우리나라의 정치사에서 이미지 정치가 가장 빛을 발한 것은 2002년 대선과 2004년 총선에서이다. 2002년 대선과 2004년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의 승리를 이벤트의 승리, 이미지 메이킹의 승리라고 보는 견해가 많다. 대다수의 유권자들은 후보자나 정당의 정책, 비전, 지식 등이 아닌 이미지를 보고 선택하여 투표를 하는 경향이 많았다.
그 이후 정치권에서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노력들은 과히 눈물겹다. 정부나 정당 및 자치단체, 정치인들은 이미지 메이킹을 위한 이벤트 행사에 몰두하고 있다. 누군가 “한국 정치권은 이미지 천국이다”라고 한 말이 실감난다.
정치권에서 정권을 잡기 위하여, 여론을 선점하기 위하여, 당선을 위하여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이용하는 것을 탓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그러나 여기 저기서 이미지 정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생성되고 있고, 부작용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 또한 현실이다.
여론 정치나 이미지 정치 모두가 권력을 잡기 위한 방법이라면 그것을 굳이 정치권에서 마다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정치인은 억지로 이미지만 만들려고 하지말고 기본을 제대로 갖추고 이미지메이킹을 해야 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한다. 또한 유권자는 보여주는 이미지 뒤에 숨어있는 실력과 내용을 보고 판단하고 선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정치인의 `쇼맨십', `이미지 조작'에 속아 잘못된 선택을 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http://www.knnews.co.kr/news/articleView.php?idxno=494114
기사입력 : 2005-02-03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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