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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고 싶은 영웅이 없다 (조경래 경남리서치소장)
얼마전 모 방송에서 방송된 불멸의 이순신이라는 드라마가 시청자의 뜨거운 호응을 받고 종영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순신 장군에 관한 나의 기억은 아련한 초등학교 시절. 아니 어쩌면 그 이전으로 더 거슬러 올라가야 할지 모르겠다. 철없던 어린 나이에 그 분에 관한 일화는 선생님. 부모님. 선배님. 형. 누나로부터 세뇌가 될 정도로 많이 들었던 것 같다. 그래도 그 얘기를 듣고 나서는 지금 생각해도 장한 생각들을 품었었다. 나도 어른이 되면 이순신 장군처럼 나라를 위해서 목숨을 바칠 수 있는 그런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지 하는 다짐을 하곤 했었다. 그리고 “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는 이 말은 친구들과 어울려 병정놀이를 하면서도 참 많이 했던 것 같다.
돌이켜 보면 과거 우리에게는 김유신. 세종대왕. 안중근. 유관순 등등 영웅과 우상이 참 많았었던 것 같다. 그러나 최근의 어린 친구들을 살펴보면 그들에게는 진정한 영웅이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최근 몇 년동안 초등학교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식조사 결과들을 살펴보면 그들이 생각하는 가장 존경하는 인물 또는 닮고 싶은 인물로 서태지. HOT. 신화. 동방신기. 이효리. 송혜교. 비. 세븐 등이 상위에 위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이 TV나 언론매체를 통하여 소개되고 있는 연예인이다. 물론 이들이 그만한 가치가 없다거나 비하하자는 것은 결단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점은 그들이 존경하는 인물중에 마음을 좀 더 살찌울 수 있는. 좀 더 큰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그런 인물들이 좀 더 많이 포함되어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혹자는 우리 민족의 핏속에는 영웅을 인정할 줄 모르는 속성이 있다고 한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영웅이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것을 시대적 흐름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최근의 세태를 살펴보면 이런 주장들이 그냥 나온 말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불멸의 이순신이라는 드라마가 방영되자 인터넷에는 이순신 장군에 관한 다른 주장들이 제기되었다. 그 내용의 핵심은 이순신 장군은 영웅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난중일기는 조작되었다는 등 이런저런 많은 얘기들이 담겨 있었다.
물론 나도 그들이 주장이 무조건 틀렸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암울한 시대를 견뎌내기 위하여 시대가 영웅을 필요로 했고. 그것을 위하여 영웅을 만들기 위한 미화작업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다 까발겨 놓고 보면 별 사람 없을 것이다. 그들도 사람인지라 밥도 먹었을 것이고 화장실도 갔을 것이며. 과오도 있었을 것이고 그리고 본능적인 행동들도 했을 것이다. 그렇게 보자면 진정한 영웅이 없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이치다. 그러나 보여져서 아름다운 것이 있고 감추어져서 아름다운 것이 있다면. 보일 것은 보이고 감추어져야 할 것은 감추어지는 것이 더 좋은 것이 아닐까? 더욱이 그것이 치명적인 문제가 아니라면….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발상인지는 모르겠지만 감히 이런 주장을 해본다. 이 시대에도 영웅은 필요하고 영웅은 존재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것이 어느 특정 한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희망을 잃어버리고 살아갈 힘을 잃어버린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영웅은 꼭 필요하며. 영웅은 저절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고 만들어지는 것이며. 영웅은 만들어져야 한다고.
http://www.knnews.co.kr/news/articleView.php?idxno=525623
기사입력 : 2005-09-08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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